이경희 작가는 15년 넘게 연을 화폭에 담아온 수채화 작가다. 햇살이 가득한 어느 오후, 그녀의 작업실을 찾았다. 은은한 초록빛이 감도는 공간에는 섬세하게 표현된 연잎과 연꽃 그림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고, 작은 테이블 위에는 미완성 작품들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작가는 맑고 온화한 미소로 방문자를 맞았다.

“연은 제 마음속에 가장 깊이 스며든 주제예요.”
– 이경희 작가 인터뷰 中

작가는 연밭을 직접 방문해 사진으로 다양한 모습을 기록한 후, 이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초록색이 주는 평온함과 생명력이 좋아요. 연잎의 색과 질감은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연꽃은 피어날 때마다 다른 표정을 지어요.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제게는 예술의 본질입니다.”라고 전했다.

작품은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

따로또 같이 10F ×10F 아르쉬지에 수채 이경희 작가 작품

작업실 한쪽에는 대표작 ‘따로 또 같이’가 걸려 있다. 두 개의 10F 캔버스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각각 독립적인 인상을 주면서도 함께 연결되었을 때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하나의 작품이 두 가지 느낌을 주고, 함께일 때는 또 다른 감동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이 작품은 그녀의 예술관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각자의 독립성과 함께할 때의 조화가 강조된다.

이경희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관람자에게 위로와 영감을 전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업은 예술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다.

다채로운 수상 이력과 전시 경력

 

작가는 다양한 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대한민국회화대전에서 특선 및 입선을 6회, 대한민국여성미술공모전에서도 특선 및 입선을 5회 수상했으며, 대한민국수채화공모대전, 회룡미술대전 등에서도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전은 총 3회 개최했으며, 북서울시립미술관 개관기념 초대전, 국회의원회관 ‘대한민국 중진작가 35인전’, UBUNTU 아정미술관 노원작가초대전 등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경춘선숲길 갤러리 개관기념전, 노원문화예술회관 개관기획초대전 등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전시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소통

이경희 작가는 ‘이경희의 물방울 수채화’라는 이름의 Daum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며, 그림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림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어요.”라는 작가의 말처럼, 카페 내 ‘도움이 필요해요’ 코너에서는 수채화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과 노하우가 활발히 오간다.

 


마카오에서 활동 중인 한 한국인 수녀가 이 카페를 통해 수채화를 배우고, 명동성당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사례도 있다. 작가는 회원들의 작품에 피드백을 제공하고 직접 예시를 제작하기도 한다. “서로 배운다는 마음으로 소통해요. 그림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일상 속 음악, 작업에 스며든 맑은 울림

작업 중에는 주로 동요를 들으며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 키우며 모아둔 창작 동요 CD와 테이프가 많아요. 그 음악을 들으면 맑은 기운이 제 마음에도 번져요.” 작가는 동요가 작업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설명했다.

“연은 끝없이 제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줘요.”
– 이경희 작가 인터뷰 中

연꽃이 피고 지는 순간, 심지어 겨울의 얼어붙은 연잎까지도 작가에게는 모두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다. 앞으로도 연밭의 다양한 계절과 순간을 담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15년의 연(蓮), 그리고 앞으로의 작업

이경희 작가의 작품 세계는 지난 15년간 연(蓮)과 함께한 시간을 바탕으로 형성돼 왔다. “연을 처음 그리기 시작했을 땐 색감이 좋아서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연이 제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친구 같아요.”라고 작가는 회상했다.

앞으로도 연과의 대화를 지속하며, 새로운 작품을 통해 관람자들과 감정을 나누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림은 나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가장 따뜻한 다리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작업실을 나서며 마주한 작품들은 평온함과 따뜻함을 전했고, 이는 오랫동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경희 작가의 예술과 그 안에 깃든 자연에 대한 시선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영감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작품 해설

12.5*18 파브리아노에 수채 '물방울'

이 작품은 이경희 작가의 ‘물방울’이다. 파브리아노 수채화용지에 그려진 12.5×18cm 크기의 수채화로, 연잎 위에 맺힌 이슬방울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연잎 중심에서 퍼져나가는 방사형 잎맥을 따라 크고 작은 물방울들이 은빛 진주처럼 반짝이며, 밝은 초록에서 깊은 녹색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색감의 변화가 특징이다. 각 물방울의 투명한 입체감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작품은 두 송이의 연꽃이 나란히 피어 있는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낸 수채화다. 작가는 연꽃의 미세한 디테일을 정교하게 표현하며, 각각의 크기와 각도를 달리해 마치 자매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피어난 듯한 인상을 준다.

수채화 특유의 맑고 투명한 표현 기법을 통해 꽃잎의 질감과 빛의 투과가 효과적으로 구현되었으며, 배경의 깊은 남색과 연꽃의 순백색이 대비를 이루며 청초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싱그러운 초록빛 연잎과 시들어가는 분홍빛 연꽃이 대비를 이루는 이 작품은 색채와 형태의 변화를 통해 자연의 생명 주기를 담아낸다. 작가는 수채화의 특성을 살려 연잎의 방사형 무늬와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했으며, 시든 연꽃의 미묘한 색감 변화 또한 정교하게 포착했다.

연잎에 생긴 작은 흠집과 구부러진 연꽃의 형태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시선을 반영한다. 시드는 순간에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자연의 본질을 담아낸 작품이다.

 

겨울철 시든 연꽃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계절의 고요함과 쓸쓸함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갈색으로 변한 연꽃 줄기가 눈 위에 쓰러져 있으며, 구부러진 줄기의 형태와 그에 따라 생긴 그림자가 시선을 끈다.

하얀 눈과 갈색 줄기 사이의 색채 대비, 그리고 푸른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의 묘사는 겨울 특유의 정적이고 차가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생명의 순환 속 정지된 한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이경희 작가는 수채화의 맑고 투명한 특성을 활용해 눈의 질감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시든 연꽃 줄기의 질감 역시 정밀하게 묘사되었으며, 이는 생명의 순환을 보여주는 자연의 한 순간을 포착한 장면이다. 작품은 겨울의 고요함과 쓸쓸함,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눈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청회색 톤과 푸른 하늘빛이 조화를 이루며, 차가운 겨울 공기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작가의 지향점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경희 작가의 예술은 연을 통해 사람과 자연, 그리고 마음을 잇는 조용한 울림으로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