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기성_ Kalpa_no 2450-069 _ 100x100cm(60호)_Mixed media_2024
Kalpa_no 2440-010 _ 80x100cm(40호)_Mixed media_2024
[아트타임즈 엠] 자연의 시간성과 물질의 변화를 탐구해온 이기성(Lee Gi Seong) 작가가 ‘Kalpa(겁)’ 시리즈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는 ‘Seoul Artist Festival 현대미술가 50인전’의 일환으로, 오는 11월 30일까지 엠아트센터 10전시관에서 개최된다.
이기성 작가의 작업은 화면을 채우는 갈색·붉은색의 깊은 층위를 통해 물질이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캔버스에 적용된 쇳가루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산화하며 색과 질감이 달라지는데, 작가는 이 변화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보다 ‘시간이 만들어낸 흔적’으로 받아들인다. 화면에 남은 붉은 녹의 결, 미세한 입자의 번짐, 경계가 모호하게 스며든 색은 모두 산화의 흔적이자 시간의 누적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Kalpa’ 시리즈는 불교에서 말하는 ‘겁(劫, Kalpa)’—측정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을 주제로 한다. 쇳가루가 굳고 산화하며 남긴 표면의 변화는 생성·유지·소멸이라는 순환적 시간 경험을 압축한 기록물로 작동한다.
어떤 작품은 단단히 굳은 지층의 단면처럼 보이고, 또 어떤 작품은 사각형 판재나 토양을 벼린 조각처럼 화면 위에 솟아오른 형상을 드러낸다. 가까이 다가가면 작은 입자들이 켜켜이 쌓인 자취가 더 명확히 드러나며, “이 형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전시 공간 역시 ‘시간의 운동’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흙빛과 붉은 갈색이 중심을 이루는 전시장 속에서 작품들은 고요한 여백과 거친 질감의 제스처가 조화를 이루며 배치돼 있다. 산화된 색채는 화면의 중심에서 바깥으로 은근하게 퍼지며, 마치 시간이 흐르는 장면이 고정된 듯한 인상을 만든다.
이기성 작가의 ‘Kalpa’ 시리즈를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자료제공: 엠아트센터
이기성 작가의 ‘Kalpa’ 시리즈는 화려한 장식적 요소와는 거리가 있지만, 오래 응시할수록 강한 울림을 남기는 작업이다. 무겁고 투박한 재료인 쇳가루는 작가의 손을 거치며 깊은 사유와 시간의 감각을 담아내는 매개로 변모한다. 물질이 스스로 흔적을 남기는 과정 속에서, 관람객은 ‘시간의 물성’이라는 주제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50명의 작가가 함께하는 ‘Seoul Artist Festival 현대미술가 50인전’의 주요 섹션 중 하나로 마련되었으며, 서울 미술 담론의 흐름을 조망하는 연말 기획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시는 2025년 11월 30일까지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