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재이_눈물 _ 25 × 25 × 40cm_대리석(marble), 유리(glass)_2022

[아트타임즈 엠]

조각가 이재이(Lee, Jaei)의 첫 개인전이 오는 2025년 12월 15일부터 2026년 1월30일 까지 서울 '엠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감정과 의지라는 두 개의 내면 상태를 조각 언어로 응축해 선보이며, 작가의 초기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이번 개인전의 작품들은 감정이 머무는 순간과 결심이 지속되는 시간이라는 상반된 상태를 조용히 대비시키며 전시 공간을 구성한다.
대리석과 유리로 제작된 작품 〈눈물〉은 단단한 대리석 위에 얹힌 투명한 유리 구체를 통해 감정이 응축되는 찰나를 포착한다. 무겁고 닫힌 대리석의 형상은 오랜 시간 감정을 삼켜온 몸처럼 침묵에 가깝게 존재하며, 그 위에 놓인 유리는 흘러내리기 직전의 눈물을 연상시킨다. 유리 표면에 맺힌 빛과 굴절은 감정이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되지 못한 채 여러 층위로 흔들리고 있음을 드러내며, 이 작품에서 눈물은 슬픔의 결과라기보다 말해지지 못한 감정이 가장 투명한 형태로 드러나는 순간으로 제시된다.

작가 이재이_다짐의 무게 _ 20 × 20 × 51cm_철(steel), 너트(nut)_2022

함께 전시되는 〈다짐의 무게〉는 철과 너트를 반복적으로 결합한 구조를 통해 결심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과정을 물리적으로 드러낸다. 동일한 형태의 요소들이 쌓여 형성된 표면은 다짐이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반복된 결단의 결과임을 암시한다. 상부의 갈라진 형태는 완결되지 않은 상태를 보여주며, 가느다란 축으로 연결된 하부의 응축된 덩어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짐이 책임과 부담으로 축적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27일 송파 엠아트센터에서 개최된 이재이(Lee, Jaei) 개인전에서 한 관람객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자료제공:엠아트센터)

이번 전시는 소규모 공간 안에서 관객의 이동보다는 ‘멈춤’을 요구한다. 밝고 투명한 표면의 〈눈물〉과 어둡고 반복적인 구조의 〈다짐의 무게〉는 감정과 의지, 순간과 지속이라는 대비를 이루며 서로를 비추듯 배치된다. 전시는 감정을 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감정 이후에 남는 무게와 선택의 시간을 차분히 응시하도록 이끈다.

작가 이재이(Lee, Jaei)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각학과에서 조각을 전공하며 입체 조형과 물성에 대한 탄탄한 기반을 다져왔다. 재학 중 입시미술학원 강사로 활동하며 조소 중심의 미술 교육을 담당했으며, 2024년에는 인천예술고등학교 조소과 방과후 수업 보조강사로 참여해 예술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이어갔다.
또한, 서울시립대학교 중앙사진동아리 ‘눈동자’ 정기전에 참여해 2022년 플랫폼702, 2023년 갤러리 빈치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사진 매체를 통한 시각적 확장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2020년에는 신도림역 환기구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목감천 벽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공시설과 결합된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2023년 서울시립대학교 자유주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기획력과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대학 졸업 후 갖은 이재이(Lee, Jaei)의 첫 개인전은 감정이 지나간 자리와 결심이 시작된 이후의 시간을 조용히 바라보게 한다. 눈물이 멈춘 자리, 그리고 다짐이 계속해서 무게를 갖게 되는 시간. 조각은 말없이 놓여 있지만, 관객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불러내며 긴 여운을 남긴다.

이번 전시는 자신의 감정과 선택의 무게를 천천히 되돌아보게 하는 사유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