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제이영_Moment _ 90 x 40cm_Mixed media on panel_2025

제이영_Moment _ 100 x 73 cm_Mixed media on panel

[아트타임즈 엠] 차분한 검은 화면 위에서 색채 없이도 강렬한 감각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제이영(J-YOUNG) 작가가 오는 11월30일까지, Seoul Artist Festival 현대미술가 50인전을 통해 신작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검은색이라는 단일한 톤 안에서 미묘한 층과 질감을 드러내며, 표면 위에 남겨진 긁힌 자국, 눌린 흔적, 파여 있는 구멍 등을 통해 기억과 시간을 시각적으로 환기한다.

대표 작품인〈Moment〉시리즈에서는 흑색 면이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오목하게 들어간 구조와 미세한 굴곡, 안쪽으로 파인 틈으로 이루어진 다층적 표면으로 존재한다. 어린 시절 흙바닥에 그림을 긁어 그리거나, 담장 위 낙서를 지우고 다시 흔적을 남겼던 경험이 작품의 중심적 감각으로 이어져, ‘지우기’와 ‘남기기’라는 행위가 화면 위에서 조형적 언어로 변환된다. 특히 화면 하단의 뜯겨 나간 듯한 파손 구멍은 단순한 물리적 파열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이 남긴 흔적의 시각화로 해석할 수 있다.

제이영(J-YOUNG) 작가_〈Moment〉시리즈

작품 속 검은 네모는 차갑지만, 그 안에 담긴 자국과 층위는 따뜻한 기억과 어린 시절의 상처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멀리서 보면 평면적인 검정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패널의 미묘한 굴곡과 칠의 농도 차이가 드러나며, 파여 있는 구멍 주변에 빛이 닿을 때 나타나는 은은한 질감은 사진으로 담기 어려운 물성의 깊이를 경험하게 한다. 관람자는 단순한 검정 앞에 서 있지만, 그 위에 얹힌 지우고, 긁고, 묻히고, 다시 남겨진 기억의 층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마치 어두운 벽면에서 잊었던 이름이 되살아나는 순간과 같다.

제이영 작가의 이번 작업은 화려한 색채 없이도 강한 울림을 남긴다. 검은 화면 아래 숨겨진 작은 자국과 파열된 공간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며, ‘기억이란 지우고 또 남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달한다. 서울 송파 엠아트센터 8전시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화면 속 흔적을 따라 기억과 시간을 사유하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