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현작_Beyond Red – 023MAY01 _ 200cm x 200cm_Oil on Linen_2023

이세현작_ Beyond Red - 025JUL01 _ 130cm x 130cm_Oil on Linen_2025

단 하나의 색으로 시간과 기억을 직조해 온 이세현 작가가 11월 30일까지 엠아트센터에서 열리는 **‘Seoul Artist Festival 현대미술가 50인전’**에 참여한다. 비선재 갤러리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국내외 50명의 현대미술가가 각자의 시선을 통해 동시대의 감각과 사유를 제시하는 기획전이다.

이세현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고요한 산수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붉은 안개 속에 잠긴 지형과 구조물이 켜켜이 쌓여 전혀 다른 풍경을 드러낸다.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붉은 풍경’은 한국의 전통 산수화 구도와 현대 사회의 흔적이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아름다움과 상처가 공존하는 상징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전통적인 산수의 요소 위에 성문, 고건축물, 해안선, 누각 등이 자리하지만, 그것은 특정 시대를 지시하지 않는다. 붉은색의 긴장과 온도는 역사적 시간의 흔적, 자연의 생명력, 공동체의 정서를 한층에 포개며, 작품 자체가 하나의 ‘집단적 기억 지도’처럼 기능한다.
특히 최근작에서는 금색의 선과 구름이 등장해 과거와 현재, 사실과 상징 사이의 경계를 잇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금색이 지닌 신성한 질감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시대적 장면과 감정을 은유적으로 일깨운다.

이세현작_Beyond Red - 025AUG01 _ 200cm x 200cm_Oil on Linen_2025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Beyond Red〉 시리즈뿐 아니라, 붉은 화면 위에 촛불을 모티프로 한 초상 작업도 새롭게 공개된다. 촛불의 흔들리는 빛 속에서 떠오르는 인물들은 특정 인물을 지시하기보다,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온 예술가·시민·창작자들을 상징하는 존재로 제시된다.
작가는 촛불을 “스스로를 태워 타인을 밝히는 힘”에 비유하며, 이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를 움직여온 목소리와 실천을 회화적으로 기념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적 산수화의 익숙한 구조와 현대의 현실적 상징이 혼재된 ‘확장된 산수’를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층위를 조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관람객은 낯익음과 낯섦이 뒤섞인 붉은 풍경 속에서,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적 감정을 마주하며 스스로의 시대를 다시 살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