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그림은 마음을 찾아가는 길이다.”
이 한 문장은 작가 **경창현(Kyung Chang Hyun)**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진심 어린 고백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감정의 잔상들을 끌어올리고, 그것들을 화면 위에 겹겹이 쌓아 감정의 지형도를 그린다. 특히 최근작 《Crumple》 시리즈는 이러한 작가의 내면적 탐구와 표현적 실험이 집약된 회화 작업으로, 무의식과 감정의 흐름을 선(線)으로 기록한 회화적 일기에 가깝다.

〈Crumple〉 – 감정을 구기고, 펼치고, 다시 들여다보다

《Crumple》 시리즈는 ‘종이를 구기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이 일상적인 행위는 작가에게 있어 감정의 가장 본능적인 분출이며, 동시에 자신조차 몰랐던 내면의 진실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종이를 구기면서 생겨나는 선들은 그 자체로 즉흥적이며 우연적이지만, 작가는 이 흔적들을 감정의 흐름을 따라 구성된 시각적 언어로 삼는다.

이 선들은 단지 형식적인 요소가 아닌, 감정 그 자체이며, 기억의 파편이자 삶의 한 단면이다. 얽히고 교차하는 선은 감정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고, 쌓이고 중첩되며 화면 위에 시간성과 감정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감정의 ‘선’을 다루는 회화

경창현의 작업은 '선'에 대한 독특한 감각과 해석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선을 감정의 첫 언어로 보고, 그것을 통해 자신과 감상자 모두가 내면을 마주하도록 유도한다. 감정은 고정된 대상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이다. 그는 그 흐름을 선으로 기록하며, 그 순간순간의 감정을 시각적 구조물로 만들어낸다.

Crumple #1–#4: 본능적으로 뻗어나간 감정의 파편들이 정제된 구도로 드러나는 소형 작업

Pile Up 시리즈: 중첩과 쌓임을 통해 감정의 누적과 밀도를 표현

Flow 시리즈: 감정의 흐름을 수평적 구도로 확장, 선의 방향성과 리듬을 강조

Vertical / B&W 시리즈: 수직적 배치와 흑백의 제한적 색채를 통해 감정의 긴장감과 간결함을 시도

이 모든 작업은 **혼합 재료(mixed media)**를 사용하여 회화적 질감과 감각적 밀도를 높인다. 반복적인 드로잉과 덧칠, 닦아냄의 행위는 회화라는 정지된 매체를 감정의 시간 속에 위치시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작가 경창현 – 감정과 일상 사이의 예술 실천가

공예적 기반 위에 회화와 설치, 일러스트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경창현은 예술을 통해 감정과 사회, 일상과 공감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의 작업은 개인적 내면의 탐구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감상자 스스로도 자기 안의 감정을 발견하게 만드는 감각적 플랫폼이 된다.

다년간 문화예술 기획과 지역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그는 감정의 기록자이자, 감정의 해석자로서의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창현 작가

건국대학교 공예학과 졸업
현 한국미술협회, 성북미술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