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작품을 봤을 때 단순히 아름다운 나무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서정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게 됐다.
"저는 그냥 나무라고 하나의 인간으로 생각해요. 인간이면서 자연과 같이 살아가는, 어깨를 이렇게 서로 마주하면서 걸어가는 어떤 사회적인 모습... 국가, 사회, 개인이 이렇게 모여서 하나의 상생을 이루어 나간다, 이런 뜻이에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보니, 나무들은 분명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40년의 여정, 그리고 특별한 작업 방식
이서정 작가의 예술 여정은 결코 짧지 않다. 26회의 개인전, 22회의 아트페어 개인전, 400여 회가 넘는 국내외 전시... 숫자만으로도 그의 열정과 노력이 느껴진다.
특히 놀라웠던 건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었다.
"그냥 나무만 쓱 그린 게 아니에요. 먼저 바탕을 다 자유롭게, 막 나를 표현해요. 춤추듯이, 구하듯이 표현을 하고... 신나게 이제 막 자유롭게, 떠돌고,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한 색을 하더라도 다 이제 그렇게 춤추듯이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나서 다시 나무로 깎아요."
일반적인 그림의 순서를 완전히 뒤집은 이 방식은 그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한 주먹만 그려도 하루가 걸린다는 그의 말에서, 작품에 담긴 시간과 정성이 느껴졌다.
작품 세계 들여다보기
1. '상생' 연작
- 황금빛 배경: 따뜻함과 고귀함을 상징
- 나무들의 배열: 공동체의 연결성 표현
- 원형 패턴: 생명의 기본 단위, 세포를 연상
- 작업 방식: 역순의 레이어링 기법 사용
2. 크로키 작업
"크로키를 90년대부터... 한 30-40년 정도 그렸나 그래요.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래야지 나의 어떤 필력이랄까, 인체의 구조랄까, 이런 거를 기억하고 있고..."
3. 물고기와 집 연작
청색의 물고기들과 분홍빛 하늘을 나는 집들은 자유와 소통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예술가이자 스토리텔러
"맨날 혼자 살아간다는 게 너무 외롭고... 나 혼자만 행복이라는 걸 생각하고 살았을 때 참 허무한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내 마음속에 항상 여럿이 같이 살아가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살면, 좀 더 내가 주변을 용서하고 화해하고 내 마음에 많은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