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남겨진 흠을 볼 때마다 사람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조각가 이상은 일상과 인간의 삶을 조각이라는 매체에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나무를 주된 재료로 삼아 사람과 동물의 형상을 만들어내며, 단순한 형상을 넘어 삶의 이야기, 고난, 그리고 희망의 서사를 조형물에 담는다.
이번 기사에서는 철조와 석조에서 출발해 목조 작업으로 전환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이상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조명한다.
철과 돌에서 나무로, 아르헨티나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
이상 작가의 초기 작업은 철조와 석조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는 철과 돌처럼 단단한 재료를 사용해 사람과 말의 형상을 조형했으며, 특히 말에 채워진 ‘재갈’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인간의 답답함과 억눌림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형상은 철의 강한 물성과 결합돼 관람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작업의 전환점은 아르헨티나 조각심포지엄 참여를 계기로 찾아왔다. 현지에서 다양한 목재를 접하고, 목조 작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는 나무라는 재료가 지닌 조형적 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는 “나무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세월과 환경이 만든 이야기를 품고 있다”며, “철이나 돌처럼 강인한 재료와는 다른 매력으로, 사람의 감정과 삶의 무게를 담아내기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목조 작업으로 중심을 전환했고, 사람과 말을 주제로 한 작업에 나무 특유의 질감과 생명력을 더하며 보다 섬세하고 깊이 있는 조형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현대인의 얼굴, 나무로 풀어내다
이상 작가의 목조 작업은 인간과 동물의 형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히 현대인의 얼굴은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그는 표정과 자세에 담긴 감정을 조각으로 형상화하며, 이를 통해 각 인물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드러낸다.
작가는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만의 특유한 정신과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며, “얼굴 속 이야기를 나무의 질감과 흠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나무 고유의 흠집과 결을 작품의 일부로 수용한다. 갈라진 나뭇결과 미세한 손상은 인간이 겪는 상처와 고난을 상징하며, 이러한 요소는 조각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숟가락과 말, 삶의 본질을 담다
이상 작가의 조각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 중 하나는 숟가락이다. 그는 숟가락을 단순한 식도구가 아닌 삶의 본질을 상징하는 도구로 바라본다. 작가는 삶을 “먹고 사는 문제”로 정의하며, 숟가락은 생존을 위한 필수 수단이자 인간의 절박한 존재 조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으로 사용된다.
작품 속에서는 인물의 가슴이나 말의 재갈을 숟가락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분투하는 인간의 현실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의지와 희망을 담아낸다.
말의 형상 역시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조 시절부터 이어져 온 말은 인간 삶의 은유적 표현이며, 특히 재갈을 문 말은 말하지 못하는 억압된 감정을 상징한다. 이는 현대인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내면의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삶을 새겨 넣는 조각가, 이 상
“작품은 작가의 내면을 보여줘야 합니다.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이 담긴 작품만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이상 작가는 나무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삶의 본질을 섬세하게 조형한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무, 숟가락, 말의 형상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삶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가 나무 위에 새겨 넣은 서사는 관람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조각을 통한 인간 이해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삶의 흔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조각가, 이상. 그의 작품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진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상 Sang Lee
개인전 7회
KIAF COEX
화랑미술제 COEX
서울아트페어 COEX
아시아아트페어 COEX
1988 청년미술대상전 대상
1999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000 국제조각심포지엄 초대(아르헨티나, 이천)
전주대학교 미술학과 겸임교수 역임
대한민국미술대전 조각분과 심사위원장 역임
현,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조각분과 이사
광장조각회장, 강동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