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작가 23회 개인전 전경 자료제공: 엠아트센터

이희호 작가 23회 개인전 전경 자료제공: 엠아트센터

(서울=아트타임즈 엠) 한국의 토종 수종이자 민족 정서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오랜 시간 화폭에 담아온 서양화가 금산 이희호의 23번째 개인전이 오는 10월31일까지 송파 엠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사의적 사실주의(寫意的 寫實主義)’라는 독특한 회화 세계로 평가받는다.

금산 이희호 작가는 오랜 세월 홍송(紅松)만을 그려온 소나무 화가다. 그는 경주 남산, 충남 계룡산, 양산 통도사 등 전국의 홍송 군락지를 직접 찾아가 자연의 생명력을 눈과 마음, 그리고 사진 속에 담는다. 이후 화실에서 그려지는 소나무는 현실의 재현을 넘어, 작가의 사유와 감정이 녹아든 상징적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작업 방식은 철저히 수행적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큰 붓이나 나이프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그는 2호 수채화용 세필 하나로 수개월에 걸쳐 대형 캔버스를 완성한다.
100호 크기의 작품 한 점을 완성하기까지 반년 이상이 소요되며, 작품당 세필 한 자루가 닳아 없어질 정도다. 그 과정은 마치 수도승이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길과도 같다.

이희호는 대학 시절 한국화를 전공했으나 현재는 서양화의 기법을 병행하며, 한국적 정서와 서양화의 조형성을 융합한 독창적 회화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최근 평원법 대신 고원법을 선호하는데, 이는 북송의 곽희가 제시한 산수화 구도법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그러나 그의 화면은 단순한 전통의 재현이 아닌, 르네상스의 선원근법과 바로크의 클로즈업 기법이 어우러진 현대적 해석으로 이어진다.

그의 소나무는 근경에서 원경으로 이어지는 줄기와 가지의 변화를 통해 입체적 공간감을 형성하며, 유화 물감을 린시드유와 함께 수차례 덧칠해 깊은 색감을 구현한다. 이러한 다층적 묘사와 덧칠은 마치 한국화의 진채·석채 기법을 연상시킨다.

금산의 홍송들은 현실 속 나무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삶을 은유한다. 자유롭게 뻗은 가지는 삶의 굴곡을, 오랜 세월 풍파를 견딘 늙은 소나무는 불굴의 인간 정신을 상징한다. 그는 “소나무는 한국인의 정신이 깃든 존재이며, 나의 그림은 그것을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희호 작가 23회 개인전 전경 자료제공: 엠아트센터

이희호 작가 23회 개인전 전경 자료제공: 엠아트센터

이희호 작가 23회 개인전 전경 자료제공: 엠아트센터

이희호의 작품에서 소나무 외의 배경은 최소화되어 있다. 그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소나무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는 사의(寫意)의 공간이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절제된 붓끝에서 피어나는 긴장감과 고요함이 그의 작품을 특징짓는다.

예술평론가 최병길 교수(철학박사, 원광대학교)는 “이희호의 화풍은 사의적 사실주의로 요약될 수 있다”며, “그의 홍송은 풍경 속 한 부분이 아니라, 작가의 정신과 미학이 응축된 하나의 존재로 거듭난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닌, 인간의 내면과 삶의 철학을 담아낸 회화적 성찰의 장이다. 오랜 시간 한 주제에 천착해온 금산 이희호의 예술은 ‘소나무를 그린다’는 행위를 넘어, ‘소나무로 존재를 사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전시기간 : 2025.10.13(월) - 10.31(월)

▶ 전시장소_ 엠아트센터 8G전시관

▶ 관람시간_10:00-20:00

▶ 관 람 료 _ 무료

▶ 문 의 _ 070 7678 0002